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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_5년 뒤 나를 만드는 곳

[러브 팩추얼리] 사랑하는, 사랑하고 싶은, 사랑했던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에세이

사랑은 가장 보편적으로 경험하고 관련 글과 음악, 영상에서 다루는 단어다.

우리는 쉬지 않고 사랑을 주고 받고 보고 들으며 사랑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살아간다.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에는 사랑으로 변역되는 단어가 7개나 있다.

"궁금해할까 싶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 스트로게stroge(부모가 자기 자식들에게 느끼는 것과 같은 타고난 사랑)
- 에로스eros(열정과 육체적 끌림이 있는 로멘틱한 사랑)
- 루두스ludus(아이들 또는 가벼운 연인 사이처럼 장난스러운 사랑, 라틴어)
- 필리아philia(우정, love로 번역됨)
- 프라그마pragma(성숙한 사랑. 인내심, 타협, 아량 등을 갖고 있음)
- 필라우티아philautis(자기애. 이 사랑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일 수도 있음)
- 아가페agape(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이타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 1)

하지만 이렇게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는 사랑 중에 오늘 내가 말하고 싶은 것, 그리고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역시 eros다.

 

 

사랑의 신 에로스

 

에로스(라틴어:큐피드),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고대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어떻게 봤을지를 잠시 생각해보자.

오늘의 주인공인 에로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귀여운 꼬마 모습을 하고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옆에 있다.

(사실,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아프로디테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보다도 훨씬 먼저 태어났다는 설이 있다. 어떻게 생겼냐고? 제우스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의 지배자였던 크로노스는 사실 우라노스에게 반기를 들어서 집권했다. 이 과정에서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랐는데... 거기서 나온 정액이 바닷물과 섞여 아프로디테가 탄생했다고 한다. 이 내용은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나와 있다. 고대인들이 적나라한건지, 현대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쉬쉬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정말 날 것 그대로다..)

 

에로스는 몸집이 작아 힘이 약한 존재라고 신들 사이에서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스토리도 있는데, 잡다구리의 신으로서 궁술의 신이기도 한 아폴로가 에로스를 보고 비웃으며 화살이나 제대로 쏠 수 있냐고 비꼰 적이 있다. 이때 에로스는 아폴로에게 자신의 활솜씨를 보여주겠다며 두 개의 화살을 아폴로와 다프네에게 쏜다. 아폴로에게 쏜 화살은 처음 본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는 화살이지만, 다프네에게 쏜 화살은 처음 본 사람을 싫어하는 화살이다. 아폴로는 자신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어 다프네를 쫓아다니지만, 그녀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아폴로에게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결국 다프네는 자신이 움직이는 상태가 아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고 이내 다리가 굳으며 뿌리가 되고 두 팔이 가지가 되어 결국 나무로 변하게 되었다. 아폴로는 이를 슬퍼하며 다프네를 기억하기 위해 이 나무를 이용해서 올림픽대회 우승자를 위한 관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월계관이다.

 

한편, 에로스 역시 자신의 화살 때문에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에로스는 어미니인 아프로디테의 명령을 받아 프시케라는 굉장히 아름다운 공주를 보러 갔다가 그만 자신의 화살에 찔리고 만다. 그 역시 거스를 수 없는 '운명' 때문에 프시케와 사랑을 나눈다. 사랑의 신인 자신 조차도 제어할 수 없는 힘이었던 것이다.

 

 

몇 가지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나온 모습을 통해 사랑은 운명적인 것이며 인간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과연 이 모습만이 사랑인 것인지, 그리도 사랑은 꼭 운명인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 보자.

 

 

안나는 크리스토퍼와 다투지 않을까?

 

디즈니 메인 홈페이지(http://www.disney.co.kr/home/index.jsp)

 

지금 글을 쓰는 2019년 12월 15일은 <겨울왕국2>가 1천 2백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날이다. 내가 본 크리스토퍼는 안나에게 있어 늘 2등 신세였다. 피는 물보다 진한 것일까? 그냥 '남자친구'일 뿐이라면 그럴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랬는지 반성..) 하지만 2등 신세는 이제 끝! 영화 끝부분에서 안나와 엘사가 서로 떨어져 있게 되고, 정식으로 청혼해서 공식적인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럼 이제 Happy Ending! 으로 영화는 끝이 나지만, 우리 삶은 어떤가?

 

우리는 내일을 또 살아야 한다. 때로는 모험적인 순간도 있겠지만, 평온한 일상 속에서 같은 삶을 반복해 나간다. 이 시간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결코 보여주지 않는 모습이다. 재밌는 상상이지만, 안나와 크리스토퍼는 두 사람의 신분 차이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역경을 맞을 때마다 발휘하는 크리스토퍼의 뛰어난 활약, 트롤이라는 또 하나의 세력과 연관있으며  그 자신조차도 순록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얼마나 가졌고 상대방은 그러지 못했는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국제 배우자 선택 프로젝트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이 선호도 1위로 꼽은 특성은 '다정함과 이해심'이었다. 2) 그 뒤를 잇는 것은 지능, 멋진 성격, 건강 등이었다. 이 조사는 6개 대륙 37개국의 1만 47명이 사람의 13가지 특성에 선호도를 매긴 것이다. 가장 선호도가 높은 특성에 따르면, 크리스토퍼는 상위 항목에 속하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다소 억측이지만, '다정함과 이해심'이라는 부분은 안나가 지니고 있는 애착 관계(안나는 다소 불안형 애착 스타일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늘 언니 옆에 있으며 한때 언니와 단절되어 살았던 기억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와 잘맞는 부분이다. 이점으로 비춰보면, 1편에서 남자 주인공인줄 알았던 한스 왕자와는 처음부터 끝이 보이는 관계였다.

 

 

내 삶에 적용하기

앞서 말한 국제 배우자 선택 프로젝트는 13개 특성에 대해 선호도를 매긴 것이다. 나는 이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자신에게 맞는 배우자 선택지를 학습했는데 이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배우자(혹은 연인)가 가지길 바라는 조건을 10가지 적는다.

- 예) 다정함, 비흡연자, 키 161~165, 하얀 얼굴, 외모, 종교적 가치관 등

 

2. 10가지 조건 중 5가지를 포기한다.

3. 남은 5가지를 하나씩 포기한다.

4. 최후의 한 가지 조건이 남을 때까지 포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맨 처음에 조건 10가지를 잘 적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좋다. 예로 들었던 것처럼, 외모라고 적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키나 요소를 뽑아야 한다. 추상적일수록 그 조건은 모호하여 너무 큰 범주가 되곤 한다.

 

내가 처음 이 방법을 시도한 2014년에 순위는 이렇게 매겼었다.

① 종교적 가치관

② 하얀 얼굴

③ 동등한 학력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켜서 내 배우자가 반드시 가져야 하는 특성을 설정했었다. 총 20개에 달하는 특성은 어떤 것들은 없어지고, 어떤 것은 추가되거나 구체적으로 숫자를 가지면서 바뀌어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접 경험하면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닳았고, 반대로 무심코 지나쳤던 점이 중요해졌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한 '내 배우자의 20가지 특성'은 전체를 파악하는 데 다소간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지금 와이프를 만나면서 약 4개월 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4개월이 처음부터 마음을 터놓은 것은 아니었다. 서로에게 헷갈린 시간은 약 1달이었다. 그렇게 나는 교제한지 5달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내 기준에 동반자적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결혼을 미루는 것은 바보짓이었다. 물론 결혼이 사랑의 종착점은 아니다. 오히려 튜토리얼을 끝낸 본게임이라고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 본다. 결혼하고 아직까지 행복한지. 향후 10년 동안 물어볼 것이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ㅎㅎ;;

내 대답은 늘 한결 같다. "응, 정말 행복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 사람도 내 단점까지 사랑해줄 것이다. 

먼저 사랑을 전해주자. 사랑은 물처럼 흐르는 속성을 지녔으므로 반드시 흘러올 것이다.

 

 

1) 로라 무차,  러브 팩추얼리』, Being, 2019, 42쪽 각주 19

2) 같은 책, 1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