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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_5년 뒤 나를 만드는 곳

[모기] 모기를 얻는 자, 천하를 얻게 되리

"와룡이나 봉추 중 한 사람을 얻게 된다면, 천하를 가질 것이다."

 

후한말이나 아직 위, 촉, 오 삼국(三國)으로 나눠지지 않았던 시절,

형주 지방에서 글 깨나 익힌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와룡은 제갈량을 일컫는 말로, 와룡강 근처에 살고 있어 와룡 선생이라 불렸다.

봉추는 방통의 자로, 여담이지만 삼국지에서 손에 꼽히는 추남으로 묘사된다.

이 두 사람은 둘 중 하나만이라도 수하로 거느리게 된다면 천하를 얻을 것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와룡과 봉추를 모두 데리고 있던 유비는 대세를 뒤집지 못하고 '천하삼분지계'까지만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 그 와룡이나 봉추도 해내지 못하는 일을 지난 수천 년간 수행해온 존재가 있다.

언제나 따뜻한 날씨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모기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티모시 C. 와인가드는 그의 신간 <모기 :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인 살인자> 서론에서 모기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2000년 설립 이래 모기 연구에 약 40억 달러를 기부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매년 인간의 생명을 가장 많이 아아간 동물을 밝히는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헤비금 챔피언이자 영원한 우리의 정점 포식자는 바로 모기이다. ...(중략) ... 2000년 이후 매년 모기에 의해 발생하는 사망자 수는 평균 2백만 명을 웃돈다.")1

 

매년 평균 2백만 명이 사망한다는 통계도 놀랍지만, 모기 연구에 40억 달러를 기부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더욱 놀랍다. 17세기까지도 '모기'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시절과 달리, 본격적으로 인간과 모기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은 한낱 모기 연구에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혀준다.

저 옛날, 한 시대를 결정했던 수많은 전쟁터에서 모기를 아군으로 둔 진영은 '백전불태'했기 때문이다.

동-서양 최초의 충돌이라고 알려진 페르시아-그리스 전쟁에서 그리스가 그러했다.

뒤이어 벌어진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스파르타는 아테네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면 됐다.

급부상한 마케도니아는 어땠는가?

수십 년에 걸친 전쟁과 질병으로 힘이 약해진 그리스를 통일하고 기세를 이어 페르시아를 정복했다.

로마를 정복하려던 한니발을 비롯한 수많은 외세 역시 모기 앞에 퇴로를 열어야만 했다.

그 로마 역시 한때는 자신들을 지켜주던 모기 매개 질병을 극복하지 못해 멸망의 길을 가야 했다.

저 십자군은? 몽골군은? 아메리카 원주민들, 아이티 섬을 둘러싼 나폴레옹 군대는? 

모기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을 것이라는 말은 이미 수많은 역사를 통해 알려진 바이다.


손자병법 <시계>편에는 전쟁의 승리공식 다섯 가지를 말한다.

세 번째 승리요법인 '지(地)'는 이곳이 살 곳인지, 죽을 곳인지 알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모기가 말라리아나 황열을 비롯한 모기 매개 질병을 어떻게 옮기는 지는 몰라도, 모기가 창궐하는 시기와 지역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활용한 사례도 나온다.

 

나폴레옹 혁명 시기에 아이티는 프랑스에게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이곳은 커피 플랜테이션 농장을 통한 커피 무역의 중심지이자 북아메리카 공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곳에서 노예들이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나폴레옹은 약 4만 명의 군대를 아이티로 파견했다.

그러나 아이티에는 투생 루베르튀르가 있었다. 모기가 활약할 수 있는 시기와 지대로 프랑스군을 끌어드린 덕분에 프랑스군이 자멸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을 가해 군사적으로 프랑스군을 물리쳤다.

(물론 자유의 대가를 매우 컸다. 나폴레옹이 아이티에 대한 모든 경제적인 압박을 시행한 결과, 아이티는 현재까지도 세계 최빈국 중 하나가 되었다.)

 

모기를 전쟁에 활용하는 전술은 실제로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독일군이 연합군에 대행해 말라리아 매기 모기를 생물학 무기로 적극 활용했다.)2 

 

그리고, 마침내 인류는 모기에 휘둘리는 삶을 떠나 모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게 된다


인류가 모기와의 전쟁에서 성공적인 승리를 거둔 최초의 사례는 이탈리아 폰티노 습지 개간 사업이다. '지(地)'를 자신들의 손으로 바꾸려 한 것이다. 실제로 이 사업은 1932년부터 1939년까지 이탈리아 전역의 말라리라 발병률을 99.8%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모기 자체를 박멸하는 DDT 산업을 육성했다. 이 방법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둬들였다. 미국은 1951년 말라리아 청정 국가가 되었으며, 1930년부터 1970년까지 전세계 인구수가 두 배 증가했지만, 모기 매개 질병은 90% 가량 감소했다. 당시에 밝혀진 수치만 본다면 인류가 모기와의 싸움에서 최종승리를 거두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게 된다. 1962년 출간된 <침묵의 봄>은 지금까지도 과학사에서 한 축을 지탱하는 중요 서적이다. 레이첼 카슨의 그 책에서 잘 알려진 것처럼 새소리로 가득 찼던 봄이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진 것이다. 모기를 비롯한 해충으로부터 인간과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사용한 DDT가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모기 자체로도 DDT에 내성을 가진 종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모기와의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모기는 말라리아를 비롯한 모기 매개 질병을 옮기기 때문에 인류에 있어 최대의 적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는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 말라리아 청정 국가지만, 약 10년 전부터 경기 북부 지역에서 말라리아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 온난화을 비롯한 기상 이상 현상으로 언제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서 말라리아가 우리 곁에 서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코 안심할 수 없는 현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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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충기

말라리아를 떠나서, 우리 곁에서 윙윙거리며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주범인 모기를 잡기 위해 여러 가지 도구들이 있다. 

내가 사용하는 제품은 포충기로, 모기가 좋아하는 LED 빛을 이용해서 포획하는 장치다. 

24시간 가동하고 있으며 3~4일에 한 번씩 확인하면 죽어있는 모기를 발견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모기만을 타겟으로 선정하는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질병 연구보다는 현실적으로 모기 박멸에 초점을 맞춰 상품화가 이뤄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부분이라 선택했을 것이다.

 

나는 이 상품들을 수출하는 데 주력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실제로 사업화를 해보려고 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내가 정보가 부족하여 보류 중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은 모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는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제갈량을 초빙하기 전, 유비 진영 최고의 모사였던 서서는 제갈량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사람들은 제갈량을 제나라의 관중이나 연나라의 악의 정도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는 가히 은나라를 세운 강태공, 한나라의 기둥 장자방에 견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모기는 어떠한가?

이 시대에 모기를 통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말라리아 질병에 대한 통제이든 모기 박멸이든 상관없다.

매일밤마다 마주하는 모기를 떠나 30초에 한 명씩 죽어가는 모기 매개 질병을 없앨 수 있다면, 수많은 투자를 받아 상품화할 수 있을 것이다.

 

모기를 얻는 자, 천하를 얻게 될 것이다.

 

 

 

1) 티모시 C.와인가드, 모기 :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인 살인자』, Connectin, 2019, 5쪽

2) 같은 책, 5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