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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_5년 뒤 나를 만드는 곳

[운명의 과학] 당신은 주식투자에 성공할 운명일까요?

최근 3개년간 직장인들의 화두는 다음과 같았다.

 

2017-18년 비트코인,

2018-19년 부동산,

그리고, 현재는 주식시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 역사상 가장 많은 금액을 개인이 사들이기도 하고(하루에 1조 5천억원 순매수),

최장 기간 외국인들이 순매도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아마 아래 그림의 그 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1. 코스피 현황(3월 19일)

 

책 <운명의 과학>은 우리 인간의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신경과학자가 해설하는 책이다.

신체 성장, 식습관, 성적 본능, 인지, 신념, 예측, 협동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뇌가 어떻게 일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우리의 '신념(믿음)'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주식시장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살펴보겠다.


"자신의 신념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정보가 등장하면 큰 반발이 일어납니다. 이것은 자신의 핵심 자아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 뇌의 자기보호 시스템이 가동됩니다. 편도체 시스템이 크게 활성화되는 사람들은 그런 증거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려 들죠." 1)

작년 12월부터 <부자되는 법을 가르쳐 드립니다>를 읽으며 투자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후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밀레니얼 이코노미>를 비롯한 여러 투자 서적을 읽었다.

결론은 내 돈이 일하게 만드는 자본가의 삶을 살아야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2월말부터 주식을 비롯한 채권, 금 등 투자를 해보려고 준비해왔다.

 

그런데 이거 무슨 일이란 말인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주식시장이 매일 같이 폭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름 열심히 기업 분석을 해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 금액에 산 주식들이었다.

불과 2주일만에 -30%를 기록하게 되니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3월 19일은 관심 있게 지켜보던 종목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림 2. 관심종목의 3월 19일 실적

USC 뇌와 창의력 연구소 심리학 교수인 조나스 카플란 Jonas Kaplan의 말처럼 내 신념 체계가 반발을 일으킨 수준이었다.

기업 가치가 흔들리는 것이 아닌데 하루만에 18%, 19%씩 하락하다니?

게다가 이 기업들은 이미 그전부터 꾸준하게 하락하고 있어왔는데?

눈에 보이는 정보는 있었지만 감정이 개입되어 '더 떨어질 수도 있겠다'며 매도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물론 주말 동안 정신을 차리고 분할 매수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년 동안 경제학적 사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 두 신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다. 이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인간은 확률적 사고와 최적화된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밝혀 냈다. 2)

그 후 2달 동안 틈틈이 경제 공부를 하면서 발견한 사실이 두개 있다.

3월 19일에 사고가 정지된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는 것과 원래 인간은 그렇다는 것이다.

 

<행운에 속지마라>를 쓴 나심 탈렙은 주식 시장이 불확실한 영역으로 단정짓는다.

그리고 아예 챕터 제목으로 '인간은 확률적으로 사고하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중소기업의 대표는 주식 시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만약 주식시장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면 A.I가 월등한 수익을 거둘 것이다.'

 

그렇다.

주식시장은 효율적인 시장이 아니다.

1970년대 이른바 '효율적 시장가설'을 주장하면서 워런 버핏의 성공을 복권이나 슬롯머신, 원숭이의 동전 던지기 같은 단순한 운으로 돌린 학자도 있었다. 3)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 대 50이다.

원숭이가 동전을 10억 번 던진다면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은 반반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어느 운 좋은 원숭이가 동전을 단 100번만 던졌을 때 100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가능성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울까?

 

'운 좋은 원숭이'가 된 워런 버핏은 당시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10년 뒤, 1984년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 펴낸 잡지에 그레이엄-도드 마을의 탁월한 투자자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자신이 운 좋은 원숭이일 뿐이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운 좋은 원숭이들이 모두 오마하의 특정 동물원 출신이라는 것을 발견한다면 분명히 뭔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독립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비효율이 존재해야만 한다고 결론지었다.

 

워런 버핏을 운 좋은 원숭이 정도로 치부해버린 대학 교수들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10년 뒤에 맞받아친(그리고 투자 수익의 결과물로 말한) 워런 버핏이야말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바는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부분이 대부분의 사람이 상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5)

 

워런 버핏이 '메일함에 하워드 막스의 메일이 보이면 맨 먼저 읽는다.'고 극찬한 하워드 막스는 그의 책 <투자에 관한 생각>에서 시장 주기에 관한 움직임을 시계추 이론으로 설명한다.

이 시계추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 시계추의 양극단에는 공포와 탐욕이 있다. 4)

- 투자자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시계추는 평소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왔다 갔다 한다.

- 시계추는 한쪽 끝을 향해 계속 움직일 수 없고, 그 끝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수도 없다.

 

즉, 주식시장은 끊임없이 공포와 탐욕이 작용하면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움직이는 시장이다.

공포에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떨어지는 주가를 보며 겁에 질려 손해가 더 커지기 전에 팔아치운다.

반대로 탐욕이 커지면 이미 올라버린 가격의 주식을 허겁지겁 사들인다.

 

한나 크리츨로우 박사의 해석을 빌리자면, 공포에 팔고 탐욕에 사는 행동은 우리 무의식에 깔려 있다.

이 행동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그렇지 않다.

다르게 사고해야 돈을 벌 수 있다.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나는 공포에 질립니다.

남들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나는 탐욕을 부립니다.

-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CEO -

 

 

1) 한나 크리츨로우, 『운명의 과학』, 브론스테인, 2020, 218쪽

2) 나심 니콜라스 탈렙, 『행운에 속지마라』, 중앙books, 2016, 239쪽

3) 대니얼 타운ㆍ필 타운, 『주식 투자 레슨』, 에프엔미디어, 2019, 141-142쪽

4) 하워드 막스, 『투자에 관한 생각』, 비즈니스맵, 2012, 134-135쪽

5) 한나 크리츨로우, 『운명의 과학』, 브론스테인, 2020, 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