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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_5년 뒤 나를 만드는 곳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 네이버와 카카오는 죽은 사람의 보고 싶지 않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이미 Global SNS 시장은 미국이 장악했다.

(사실, 전세계 디지털 시대를 장악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Facebook 패밀리 앱에 대항하는 얼마 되지 않는 SNS다.

아래 그림을 살펴보자.

전세계의 90%에 가까운 숫자가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을 이용한다.

왓츠앱은 2014년에 페이스북에 200억 달러에 인수됐기에 사실상 페이스북이 독점한다고 볼 수 있다.

라인으로 대표되는 네이버와 우리나라 국민메신저인 카카오톡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책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은 주로 페이스북과 구글에 대한 이야기만 나온다.

저자인 일레인 카스켓 박사가 미국 출신의 영국 거주자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대신 읽어드립니다' 컨셉을 통해 네이버와 카카오가 디지털 유산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그림 2. 하루 평균 앱 사용시간 Top 5

먼저 정말 네이버와 카카오를 많이 쓰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이폰의 스크린 타임을 확인했다.

큰 이견 없이 카카오톡이 일 평균 39분, 네이버는 33분이었다.

카카오버스는 9분을, 네이버 지도는 7분 동안 앱을 사용했다.

적어도 내 경우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이었다.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네이버와 카카오는 디저털 시대의 사후 세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어쨌든 닉은 페이스북에 남겨진 홀리의 디지털 유산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딸의 프로필이 가져다준 위안흔 에셜(홀리의 전 남자친구이자 홀리를 살해한 살인자-글쓴이 역주)의 사진이 불러일으킨 불쾌감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 "그 사진들만 보면 속이 거북해집니다. 그래서 솔직히 요즘에는 딸의 페이스북에 방문하는 것조차 제자하고 있어요.  1)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딸을 살해한 사람이 딸과 같이 찍은 사진을 삭제하지 못해 딸의 사진이 있는 페이스북에 방문하고 싶지 않다는 아버지의 말이다.

페이스북은 죽은 사람의 계정이 추모 계정으로 바뀌면 기존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죽은 사람에게 '잊힐 권리'를 줄 수 있도록 유족이 접근배제를 요청하게 만들었다.

 

대상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이용자 본인이 게시한 글(댓글 포함), 사진, 동영상 및 이에 준하는 기타 게시물이다. 2)

사자(死者)가 생전에 접근배제요청권의 행사를 위임한 지정인 또는 사자(死者)의 유족이 접근배제를 요청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페이스북은 죽은 이가 생전에 권한 위임자로 설정해야만 효력을 발휘한다.

우리나라는 위임자로 설정하지 않더라도 유족이라면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배제는 아니다.

접근배제 예외기준을 살펴보면 ① 게시물이 다른 법으로 접근차단 또는 삭제가 금지되어 있거나 ② 공익과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접근배제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한 딸의 페이스북에서 그녀와 살인자가 같이 있는 모습을 봐야 하는 닉 가자드와 같은 아픔은 겪지 않을 수 있다.

 

이제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가이드라인을 실현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첫번째 살펴볼 곳은 네이버이다.

네이버는 고객센터에서 '사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다.

그림 3. 네이버 고객센터 검색 키워드 '사망'

도움말 검색결과 중 신고센터에서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하기'와 '사망자의 게시물을 접근배제 요청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에 대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유족이 해당 요청을 접수하려면 아래 3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1) 사자(死者)의 사망사실증명서
2) 가족관계증명서
    사자(死者) 기준으로 발급된 가족관계증명서를 필요로 합니다.
    형제/자매일 경우 사자 및 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를 함께 첨부해주세요.
3) 동순위 유족 전원의 접근배제 요청 동의서

 

끝까지 해보고 싶었지만, 본인 인증 이후 과정에서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막혔다.

자신이 유족임을 확인한 이후에 절차를 거쳐서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카카오는 홈페이지 하단부에 '권리침해신고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림 4. 카카오 홈페이지

네이버와 동일하게 접근배제 요청을 할 경우, 유족 혹은 지정인이라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된다.

필요한 제출 서류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 -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서
  • - 접근배제요청인 지정서
  • - 신분증 사본 : 본인과 지정인의 주민등록번호 뒷 7자리, 주소 등 마스킹 (가림처리)
  • - 자기게시물임을 증빙할 수 있는 기타 증빙 서류
  • - 게시판 사업자 폐업확인 등 증빙 서류(검색목록 접근배제 요청 시)

네이버와 카카오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충분히 준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적어도 남겨진 이들이 가슴아파할 만한 게시물을 계속 지켜봐야하는 고통은 적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를 통해 죽은 이후에 관리해야 할 대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배우자에게 내 ID와 비밀번호를 일정 부분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 배우자가 없는 동생에게는 그랜드 비밀번호의 설정에 대해 물어보고 답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나름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처음에 이 질문을 받은 동생의 답변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열면 된다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보안만 해제하면 그 안에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별도 보안 설정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동생의 스마트폰은 지문 인식 방식으로 보안을 해제해야 한다.

사람이 죽으면 애석하게도 스마트폰은 지문을 인식하지 못한다.

지문인식은 보통 IR 방식인데 이는 전기가 통해야 물체를 인식할 수 있다.

죽은 사람에게는 전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지문 인식으로는 스마트폰의 보안을 해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저자의 조언처럼 그랜드 비밀번호를 설정해서 그것을 자신의 후견인이 될 사람에게 알리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디지털 유언장도 그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면 좋을 것이다.

 

 

 

 

1) 일레인 카스켓,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 Being, 2020, 162쪽

2)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 2016, 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