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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_5년 뒤 나를 만드는 곳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 역사학 학사는 이 책을 어떻게 봤을까?

나는 학부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내가 들어간 학교는 동/서양 전공을 나누지 않아 한국사를 포함한 역사 전반을 배웠다.
역사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이라고 모두가 역사를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주변에 영문과를 나와서 영어 못하는 사람들이 한두명 쯤 있지 않은가?)

‘14년에 한국사능력검정 시험을 봤다.

그림 1. 한국사능력검정 시험 결과

내가 이 시험에 1급으로 합격했다고 한국사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요즘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만 하더라도 수능 국사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시험의 목적은 아래와 같다.

그림 2.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목적

첫번째 목적은 역사에 대한 관심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시험을 보는 이들에게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따라서 이 자격증이 의미하는 바는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인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번 도서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를 추천하고 싶다.



저자인 타밈 안사리가 쓴 이번 도서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는 빅 히스토리 책이다.
제목에서 밝힌 것처럼 인류 역사를 약 5만 년 전부터 거슬러 올라온다.
‘5만 년’이라는 시간은 우리의 선조들이 라스코 동굴벽화를 그린 시점으로 추정한다.

그림 3. 라스코동굴 벽화 중 일부

그 후로 지금까지 이 책은 약 500쪽에 걸쳐서 동시간대의 각 대륙의 모습을 시간 순으로 나열한다.

학부 전공자로서 비슷한 책은 여러 권 읽었다.
때로는 각기 다른 시기를 서술한 책을 여러 권 참고하며 동시대에 서로 연관을 맺은 모습을 비교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지금 중국을 뜻하는 China는 중국 최초의 황제국가인 진나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진나라는 기원전 3세기에 전국 시대를 통일한 나라지만, 서구권에 알려진 건 진나라가 아닌 진나라의 도자기였다.(도자기는 영어로 china이다)
같은 시기에 로마는 카르타고와의 3차에 걸친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지중해 패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교역을 통해 중국의 비단과 도자기가 들어오게 되었다.
이 두 가지 제품은 특히 인기가 많았고, 별도로 도자기를 일컫는 단어가 없어서 해당 국가이름을 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는 다른 책보다 중동 지역에 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기록된 느낌이다.
중동 지역에 ‘중간 세계’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특징이다.
이는 저자가 아프가니스탄 출신이고, 이슬람에 관해 많은 연구를 했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특히, 책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해석이 많아진다.

샤리아는 아라비아어로 ‘길’이라는 뜻이다. ...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려면 길이 필요했다. ... 이론적으로 사리아는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새로운 상황이 계속 나타났다. 1)

타자의 타자성에 의해 형성된 무슬림의 정체성에는 분노라는 어두운 색채가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2)

아랍권에서 쓰여진 책을 보기 어려운 현실에 이중문화권자인 타밈 안사리와 같은 사람의 이야기는 중요하다.
오늘날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해한다고 해서 그 행위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과거의 폭력은 역사적 승리로 미화될 수 있지만, 현재는 견디기 힘든 상처를 남길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미국 문화권에 살고 있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한쪽 이야기만 듣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의 테러 행위가 전체 이슬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들에게 타자의 타자성을 적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저자를 미소짓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는 것은 지식을 습득하는 좋은 방법이다.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책을 읽지 않는다.
오늘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를 읽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구절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유럽의 예비 과정에는 문법, 논리학, 수사학, 산술, 기하학, 음악, 천문학 등의 일곱 거지 과목이 포함되었다. 예비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게는 라틴어로 ‘초학자[]’라는 뜻의 바칼라우레우스[baccalalaureus]라는 증명서가 수여되었다. 이제 학생들이 공부를 ‘시작’할 자격이 있다는 의미였다. 오늘날에도 남아있는 바칼라우레류스는 표준적이고 포괄적인 학사 학위인 문학사 학위[bachelor of arts]라고 불린다. 3)




1) 324쪽
2) 455쪽
2) 288쪽